2016년 1월 28일 목요일

소장수 신씨와 뱃사공 황씨

신경림


영흥도에서 만난 소장수 신씨는
눈을 감고도 소를 몰고 백리를 간다

어디서 길이 굽고 어디에 도랑이 있는가
또 어디쯤 돌부리가 있는가
눈을 감고도 그는 다 안다

하지만 그는 잠시도 한눈을 안 판다
서른 해 걷던 길도 늘 첫길로 조심하고

천 번 뛰어넘던 도랑도
늘 첫번처럼 힘을다해 뛰어넘는다


남한강 청풍에 사는 뱃사공 황씨는
강길이 바로 그의 뜨락이자 텃밭이다

살여울 어디쯤 물살이 더 세고
어디쯤에 풀등이 있는가도 다 안다

물풀 하나하나 강돌 하나하나
바위서덜 그 하나하나 손금 보듯 다 알지만
노만 잡으면 그는 늘 긴장한다

장가가던 첫날밤처럼 긴장한다
쉰 해 물길이 그에게는 하루처럼 새롭다


잠이 오지 않는 밤 나는 서글퍼진다
창문을 때리는 빗소리를 들으면 서글퍼진다

이 길 걸은 지 서른 해에
단 하나 익은 골이 내게 없음이

눈 감고도 갈 수 있는 단 한 길이 내게 없음이
그러면서도 때로 턱없이 건방져지는 어리석음이

때로 분수없이 설치게 되는 뻔뻔스러움이
소장수 신씨와 뱃사공 황씨를 생각하며 서글퍼진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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